6 재약산 약초 차

2020.11.27 표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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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응병여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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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들이 절에서 제공한 재약산 약초 차를 마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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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문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잠시라도 한가하게 쉬면서 살지를 못했다. 항상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다. 한때 은사 경봉 스님이 생존하실 때는 극락암은 농사를 지을 정도로 대중들은 운력을 자주 했다. 그래서인지 극람암 식구들은 일을 주저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표충사 주지 소임을 맡아본지 3개월 밖에 안 되었지만, 뭔가를 자꾸 해야만 하는 그런 성미라서, 이것저것 궁리 끝에 재약산 약초 차를 개발했다. 재약산은 이름 그대로 온갖 약초를 다 품고 있다. 산 이름이 재약산이라서 그런지 옛날부터 약초가 잘 자라는 토양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한자 문화권에서는 부처님을 능인(能仁) 재약(載藥)이라고도 부른다. 


부처님은 일체지를 갖추신 분이기에 중생들의 마음을 헤아려서 의혹을 풀어 주기도 하지만, 몸이 아픈 중생들에게는 의사와도 같은 역할을 하신 대의왕(大醫王)이시기도 하다. 불교의 생명은 항상 중생과 함께 호흡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중생을 떠난 불교란 홀로 존재할 수가 없는 것이다. 중생과 함께 한다는 것은 중생의 마음과 몸을 항상 살펴 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부처님은 약사여래로 화현하여 만 중생을 제도하시는 것이다. 약사여래께 직접 기도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중생들에게 직접 몸에 도움이 되는 차를 제공하는 것은 약왕보살의 실천적 보시가 아닐까 하는 소박한 마음에서 약초 차를 만들어서 방문객들에게 제공했더니 다들 좋아하고 즐겁게 마시는 것을 보고 흐뭇한 생각이 든다. 


대중들은 일거리가 많아서 번거롭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표충사를 찾는 불교신도나 일반인들은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그동안 우리 불교는 너무 받는 쪽으로만 습관화되어 있었는데, 이제는 많은 사찰들에서 뭔가를 베풀고 문화적인 프로그램을 통해서 함께 호흡하려는 경향을 띠어 가고 있다.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이제 우리 불교도 수동적인 받는 불교에서 능동적인 주는 불교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소박한 차 한 잔이라도 만들어서 제공함으로써 서로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는 그런 시간을 갖는다는 자체가 종교로서의 역할과 기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표충사 농장에는 오가피나무가 수 천주가 자라고 있는데, 특히 가시오가피나무는 너무 성장해 버리면 쓸모없게 된다. 이런데 착안하여 오가피나무와 엄나무 대추 도라지 생강 등을 섞어서 표충사 약수 물과 함께 가마솥에 끓여서 마시니 정말 기분이 상쾌하고 속이 시원해지면서 소화도 잘되고 통변도 시원스럽게 되는 듯해서 금방 효험이 있는 것 같다. 


표충사를 찾는 분들에게 제공했더니 너무들 좋아하고 즐겁게 마시는 것을 보고, 역시 내가 아이디어를 잘 생각해 내었구나 하는 뿌듯함을 느꼈다. 약사여래나 약왕보살을 구태여 내 세우지 않더라도 소박한 이런 배품에서 서로 정감이 오가고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정성스럽게 달인 약초 차를 무료로 제공하니, 신도님들이나 방문객들은 또 답례로서 조그마한 정성을 표하는 것은,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주고받음이 아니겠는가.  


표충사는 한반도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겨울에도 그렇게 춥지가 않다. 그래서인지 방문  객들이 계절에 관계없이 찾고 있다. 설사 겨울철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따끈한 약초 차 한 잔이라도 마시면서 산사의 정경을 감상하고 운치를 보면서 뭔가 일상의 복잡함을 잠시 뒤로 하고 조용히 자기를 돌아보는 그런 시간을 갖는다면, 산사를 찾는 보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포교요 종교적인 활동이라고 본다. 고도의 심원한 진리만을 전하는 것이 종교의 기능이 아니라, 이런 소소한 배품도 종교에서 해야 할, 소박한 복지활동이 아니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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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7일 대만에서 개최된 세계불교승가회 이사회에서 세계 각 국  대표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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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와중에도 잠시 대만에서 개최된 세계불교승가회 이사회를 다녀왔다. 오늘날은 국제화 시대인지라 국제 불교 활동도 무시할 수 없는 교류활동이요, 국제 불교도 간의 소통이다.     


재약산인: 도원 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