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 효봉선사의 천진보탑과 오도송

2020.11.27 표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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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봉선사의 천진보탑과 오도송


사진1: 표충사 부도전과 효봉선사 사리탑(천진보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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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문에 들어와서 살다보면 하루해가 금방 지나간다. 시간이 너무나 재빠르게 지나가는데 그것은 사찰의 일상이 너무나 빡빡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세속에 사는 분들은 혹여 생각하기를, 스님들은 지상낙원에서 한가롭게 사신다고 상상할 수도 있다. 물론 산 좋고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살지만,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항상 한가하게 여유롭게 사는 것만은 아니다. 외형상 그렇게 보일 뿐이다. 솔직히 말하면, 사찰에서의 하루하루는 수행생활 그 자체이다. 낮에는 방문객들로 붐비는 산사이지만, 밤이 되면 산사는 조용한 적막 속에 잠기게 된다. 조용한 산사의 마당을 걸으면서 하늘에 떠 있는 달이라도 보노라면 정말 여기가 극락이 아니고 어디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도 잠시의 망중한일 뿐이다. 낮에는 방문객들과 차라도 마셔야 하고, 요즘 같은 시대에는 사찰의 업무도 간단치가 않아서 바쁜 일과를 소화해야 한다. 거의 자정이 되어서야 잠시 눈을 부치면 금방 새벽이 다가온다.


세시면 일어나야 하는 것이 새벽 산사의 일과이다. 산중 절에서는 아침 예불을 세시부터 일어나서 준비해야한다. 예불을 담당하는 노전(爐殿)스님은 부처님 전에 향을 사르고 나서 법당을 주위를 돌면서 천수경(千手經)을 외우면서 도량석이란 것을 하는데 전각(殿閣)과 마당을 돌면서 목탁을 치면서 청아한 음성으로 염불을 한다. 절에 사는 우리야 늘 상 듣는 염불소리이고 일상의 연속이지만, 세속에 사는 신도분이나 혹은 방문객이 하루라도 절에서 묵으면서 이런 도량석의 염불소리를 듣노라면, 정말 강동을 받는다는 말을 듣는다. 도량석이 끝나면 타종을 하는데, 아침에는 33번 저녁에는 28번을 친다. 아침에 33번을 치는 것은 우주에는 33천(天)이 있다고 보는 불교의 우주관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저녁에는 28번을 치는 것은 28수(宿=수로 읽음)를 의미하는데서 비롯된다. 


33천은 도리천을 말하는데, 불교의 우주관에 의하면 도리천은 6욕천(六欲天) 가운데 네 번째 하늘인데 수미산의 정상에 위치하고 있다고 하는데 수미산 정상에는 동서남북 4방에 천인(天人)들이 사는 각각 8개씩의 천성(天城)이 있으며, 중앙에는 제석천(帝釋天=Indra, 인드라)이 사는 선견성(善見城)이 있어 33천이라고 한다. 도리천의 천인들의 수명은 1,000세이고, 도리천의 하루가 인간세상의 100년이다. 28수는 하늘의 별자리가 구역별로 28개인데, 그만큼 넓은 하늘의 별세계를 말하는데, 달의 주기와도 관련이 있다. 여기서 복잡하게 이론을 전개할 수는 없는 일이고 다만, 절에서 타종을 하는데도 이처럼 우주관에 입각해서 하고 있다는 것만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여기서 타종은 대종(梵鍾)을 말한다. 이밖에도 대북을 치고 운판 목어인 사물을 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유정무정(有情 無情) 유주무주(有主無主)의 고혼과 하다못해 동물의 혼령까지도 천도해 주는 종교적 의미가 부여되어 있다. 


이런 분위기의 사찰에서는 아침 예불하고 아침 공양하고 사시볼공 점심공양 저녁 예불만 제대로 해도, 그 자체가 수행이요 승려생활인 것이다. 이렇게 공동체 생활을 한다는 것은 바로 우리 한국불교의 전통이다. 표충사에 와서 새삼 생각해 보는 것은 이제는 열반에 드셨지만, 앞서 간 큰 스님들을 생각해 본다. 표충사는 물론 사명대사의 영정을 모시고 향사를 지내는 사찰이다. 현대에 오면, 표충사에 주석했던 이름난 큰 스님은 효봉 선사다. 다 알고 있듯이 효봉선사는 다소 늦은 나이에 발심해서 머리를 깎았지만, 불철주야 용맹정진하여 견성했다는 고승이다. 초대 통합종단 종정을 역임하신 분이기도 하는데, 효봉스님은 말년 열반 직전에 이곳 표충사 서래각(西來閣)에서 주석하셨다. 그런 연유로 효봉선사의 부도가 이곳 표충사 부도전에 봉안되어 있는데, 참으로 이것도 표충사로서는 영광스러운 일이다. 표충사 부도전에 있는 효봉스님 부도탑 이름은 천진보탑(天眞寶塔)이다. 효봉스님의 오도송을 소개해 보면, 


海底燕巢鹿抱卵 (해저연소록포란)

火中蛛室魚煎茶 (화중주실어전다)

此家消息誰能識 (차가소식수능식)

白雲西飛月東走 (백운서비월둥주)


바다 밑 제비집에 사슴이 알을 품고

불 속 거미집에 고기가 차를 달이네

이 집 소식 뉘라서 알꼬?

흰 구름 서쪽으로 날고 달은 동으로 달리네


큰 스님의 오도송은 격외의 도리라서, 소납이 토를 달기는 뭐하지만 참으로 음미하면서 화두로 참구할만한 귀중한 깨달음의 노래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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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재약산인 도원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