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 단풍에 물든 힐링 사찰, 표충사

2020.11.27 표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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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에 물든 힐링 사찰, 표충사


사진1: 표충사 정상아래 진불암 백척간두 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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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충사에 온지도 두 달이 되어 간다. 짧은 기간이지만, 억겁(億劫)을 사는 것 같은 환상에 빠진다. 아마도 나는 숙세(宿世)에 표충사에서 살았던 것 같다. 너무나 익숙하고 부자연스럽지가 않고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적응되기 때문이다. 절에서 살다보면, 절에 따라서 느낌이 다르고 적응속도가 다른데, 표충사는 나에게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가오니, 나 스스로도 놀랄 지경이다. 신라시대에는 1천 여 명의 화랑도들이 재약산 사자평에서 수련을 했다고 하며, 표충사의 옛 절인 죽원정사(죽림사) 시대에도 많은 대중들이 살았고, 조선시대에도 5백여 대중이 수도했다는 역사적 기록이 전해 오고 있다. 사명대사는 고향이 밀양이고, 왜적을 무찌르고 난 후에 이곳에 와서 사자평에서 승병들을 훈련시켰다는 것이다. 이후 조정에서는 사명대사 고향에 표충사(祠)를 건립해서, 사명대사의 국가에 대한 공훈을 기리도록 했는데, 원래 사당이 있던 곳은 부지가 좁고 원만하지 못해서 현재 이곳 표충사 터로 옮기고, 절 이름도 표충사로 개칭하여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런저런 역사적 배경을 보면, 표충사는 간단한 사찰이 아니고 호국사찰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호국성지(護國聖地)라고 부르고 있으며, 사명대사는 호국성사(護國聖師)라고 숭앙(崇仰)하고 있다. 


나는 아침 예불이 끝나면 고영정(古靈井)에서 솟는 냉수 한잔을 마시고, 서래각 선원에서 좌선을 한다. 이 영정이란 샘은 예로부터 약수로 이름이 났던 모양이다. 또 표충사의 큰 산이 재약산(載藥山)인데, 재약은 석가모니의 역어(譯語)인 능인(能仁)과 같은 의미로 석가세존을 뜻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재약산은 온갖 약초가 많기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동의보감 허준의 스승 유의태가 이 산에서 도를 닦고 의술을 연마했다고 하며, 얼음골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이야기다. 아무튼 표충사와 재약산은 너무나 많은 전설과 사건을 간직한 곳이라서, 일일이 다 소개하려면 끝도 한도 없을 것 같다. 이제 단풍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고, 전국토의 3분의2가 산지이다 보니, 산과 계곡이 많은 나라가 아닌가 한다. 영남 알프스로 통하는 재약산 천황산 영축산 등은 밀양 양산 창령 언양 등지에 면해 있는 큰 산지이다. 그 중에서도 표충사가 있는 재약산의 경치는 빼어나기로 이름이 나 있는데, 실제로 재약산을 올라가보면 재약산의 진 맛을 알게 된다. 요즘은 단풍철이라서 그야말로 만산홍엽 그대로이다. 


사진2: 표충사에서 재약산으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 층층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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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충사를 찾는 관광객들은 절만 보고 가지만, 등산객들은 재약산의 경관을 보고, 층층폭포도 보면서 자연을 마음껏 즐기면서 재약산의 넓고 큰 품을 경험하고 간다. 나는 이곳에 온지 두 달도 아직 안 되었지만, 표충사는 제1급의 힐링 사찰이라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다. 흔한 말로 산 좋고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이, 바로 이곳 표충사라고 몇 번이고 마음속으로 새긴다. 세상에 이만한 5성급 힐링 호텔이 흔치 않다는 평가이다. 도심의 인위적인 문명에 찌든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잠시 머리를 식힌다면 그야말로 멋진 힐링이요, 명상수련이요, 템플스테이가 아니겠는가. 엊그저께는 통도사 승가대학인스님들이 찾아와서, 이런 저런 교훈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해줬다. 이 가운데 누군가는 나의 뒤를 이어서 종문(宗門)을 지켜가지 않겠는가. 


사진3: 통도사 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의 방문을 받고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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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재약산인 도원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