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국의 성사로서의 유정당 사명대사-2

2020.11.27 표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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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국의 성사로서의 유정당 사명대사


우리는 사명대사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임진란 때의 승군을 이끌고 왜적을 물리쳤다는 활약상이다. 그런가하면 일본이라는 적진에 들어가서 포로로 잡힌 수 천 명의 백성들을 귀환시킨 외교적 수완을 생각한다. 당시 조선은 유교사회였다. 1천년 이상 불교국가였던 한반도는 숭유억불이라는 종교지형 속에서, 절과 스님들은 어렵게 살아가고 있었고, 그나마 산속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때였다. 다행하게도 보우라는 스님의 건의로 문정황후는 고려시대부터 시행해오다가 조선시대에 중단한 승과를 부활시키라고 어명을 내렸다. 하여서 서산대사와 유정당 사명대사가 승과에 차례로 급제하여, 이름을 얻게 되어 사명대사는 젊은 나이에 봉은사 주지를 하는 등,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냈으나, 서산대사가 주석하는 묘향산 보현사로 가서 서산대사에게 건당 입실하여 심인(心印)을 이어 받았다. 


사진1: 표충사에 봉안된 유정당 사명대사 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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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시대는 영웅을 만든다고 했던가. 일본군은 바다를 건너서 반도로 몰려왔고, 나라는 누란의 위기에 처하자, 선조대왕은 서산대사를 의승도(義僧徒)들의 도총섭으로 임명하여 왜적을 물리치는데, 힘을 보태도록 했다. 서산대사는 처음엔 노구를 이끌고 앞장을 섰으나, 너무나 연로해서 사명 처영 기허당 등에게 선봉장이 되도록 위임하였는데, 특히 유정당 사명대사는 서산대사를 대신하여 총사령관 역할을 해서, 왜적을 물리쳤을 뿐 아니라, 가또 기요마사(가등청정)의 진중까지 거침없이 들어가서 정전 회담을 하는 등, 목숨을 아낀다거나 주저함이 없이 적정(敵情)을 탐색하여 조정에 보고서인 《송운대사분충서난록(松雲大師奮忠紓難錄)》을 올리기도 했다. 그 후, 난이 평정되자 조정에서는 서산 사명 대사 등 의승군 지휘자들에 대한 공훈을 참작하여 국가에서 벼슬을 제수하고 녹봉을 주었지만, 이런 벼슬은 하나의 명예로만 생각할 뿐, 다시 산승의 위치로 돌아가서 본분납자(本分衲子)로서의 삶을 살다가 입적하셨다. 


조정에서는 사명대사의 고향인 밀주(밀양)에 표충사(表忠祠)란 사당을 세워서 춘추로 향사(享祀)를 봉행하도록 해서, 표충사(表忠寺)는 표충사 신도님들과 지역유림 대표 등과 밀양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향사를 모신다. 음력 3월과 9월에 천간으로 첫 정(丁)자가 들어가는 날에 향사를 모시도록 규정하고 있어서, 금년 추계향사는 음력 9월2일이므로 양력으로는 10월 2일에 해당된다. 주지 소임을 맡기 전에는 무관심했던 사명대사와 향사가 이제 나의 화두가 된지도 불과 보름정도 된다. 지난 보름동안 업무파악을 위해서 정신없었지만, 나의 뇌리에서는 사명대사란 화두가 잠시라도 떠나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사명대사님의 우국충정과 국난극복의 충훈(忠勳)에 머리를 숙이고 조석으로 묵념을 올리고 있다. 


사진2: 표충사 절 경내에 세워진 사명대사 영정을 모신 표충사(表忠祠)당, 

이곳에는 서산대사와 기허당 대사의 영정도 합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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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대사는 임진란 때 활약한 의승군들의 선봉장으로서 왜적을 물리친 승병장(僧兵將)으로 만 크게 부각되어 있지만, 유정당 사명대사는 태고(太古)이래 불조정맥(佛祖正脈)을 계승한 정안종사(正眼宗師)이다. 사명대사가 일본에 가서 포로들을 귀환시킬 때, 일본의 승려들도 사명대사의 법력을 알아보고, 존경해 마지않은 나머지 한 승려가 법을 청하므로, 사명대사는 다음과 같은 게송을 써주었다고 한다. 


일본 한 승려가 말(法)을 청하므로 써 주면서


방망이와 할(喝) 소리에 번갈아 달리는 격외의 뜻이니 

겨우 말을 따라 알려고 하면 신기(神機)에 어두움이로다.

갑자기 머리를 돌이키면 분명히 알 것이니

홀로 용천검을 가져 옳고 그릇됨을 다스리게 함이로다. 

捧喝交馳格外旨 纔隨語會昧神機

瞥然回首知端的 獨把龍泉定是非 


선지(禪旨)가 번뜩이는 활구법어(活句法語)이다. 사명대사는 구국의 성사일 뿐만이 아니라, 대선장(大禪匠)이신 것이다. 


사진3: 사명대사 추계향사 준비에 전 대중이 만전을 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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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약산인: 도원법기(道源法機) 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