⑮세모와 입춘대길

2020.11.27 표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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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와 입춘대길



 



 우리나라 절에서는 연말연시가 되면 바쁘게 움직인다. 더욱이 음력 정초에는 많은 신도님들이 절을 찾기에 절에서는 이것저것 준비도 해야 하고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서 사내 대중이 모두 긴장하고 예의와 친절로써 이 분들을 맞는다. 내가 절간에 입문해서 행자 생활하고 초참 승려일 때는 정초에 불공이 꽤나 많이 들어 왔다. 음력 섣달 그믐 날 밤에는 노 신도님들이 절에 와서 주무시면서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기도를 올린다. 신도님들은 아침 일찍 새해 불공을 드린다. 아마도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불가(佛家)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산업화 시대에는 이런 정경은 보기 힘든 광경이지만, 시골 절에서는 연말 마지막 날에 절에 와서 자면서 철야를 하는 신도님들이 있다. 표충사에서도 지난 12월 31일 날 송년의 밤 법회를 개최했는데, 신도님들이 제법 찾아 오셨고, 반응도 좋았던 것 같다.


사진1: 입춘대길 만사형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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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시대야 양력 사용이 보편화되어 있지만, 아직도 농촌이나 절에서는 음력이 절대적이다. 그래서 절에서는 달력도 양력에 음력을 크게 병기해서 만들어야 한다. 절과 음력을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었는데, 음력은 태양과 달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태양(해)이 아침에 떠서 저녁에 서쪽으로 지는 것과 밤을 지나 아침을 맞이하는 주야의 하루가 바로 태양일이다. 음력은 달의 위상 변화인 삭망월(朔望月)을 기준으로 한다. 삭망월은 달의 음력 초하루에서 다음 초하루까지. 또는 보름에서 다음 보름까지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896년까지만 해도 태음력을 써왔었는데, 이후에는 태양력으로 바꿨지만 민간이나 절에서는 태음력을 사용해 오고 있다. 순태음력은 계절 변화와는 관계없이 달의 위상 변화에만 의존해서 엮은 역법인데, 달의 삭망주기(朔望週期)는 29.53059일이고, 12평균 삭망월은 354.367058일이다. 그러므로 큰달을 30일, 작은달을 29일로 하고, 이것들을 각각 6회 반복해서 12개월을 1년으로 하면 그 동안의 일수는 354일이 된다. 이것을 평년이라 한다. 나머지 우수리 0.367058일을 처리하는 방법이 고안되어야 하는데, 8년에는 3일, 11년에는 4일, 19년에는 7일, 30년에는 11일의 윤일을 두어야 달의 위상과 잘 맞게 된다. 태음태양력은 달의 위상을 주로 하면서 태양의 운행에도 맞춘 것으로 매우 복잡하지만, 옛 역법에서는 이 형식을 취한 역이 매우 많다. 1태양년(회귀년)은 12.36827삭망월이므로 평년에는 1년을 12삭망월로 해도 좋지만, 소수 이하의 우수리 0.36827삭망월을 처리해야 대략 계절에 맞출 수 있다. 그 방법으로 가끔 윤달을 넣어서 13개월로 된 윤년을 만들어 써야 한다. 금년은 5월에 윤5월이 들어 있다. 



 



태음력과 관련하여 일 년은 24절기로 나누는데, 입춘을 비롯하여 우수·경칩·춘분·청명·곡우·입하·소만·망종·하지·소서·대서·입추·처서·백로·추분·한로·상강·입동·소설·대설·동지·소한 그리고 겨울의 매듭을 짓는 대한으로 순환된다. 입춘은 음력 1월, 양력 2월 4일경이며, 태양의 황경이 315°에 와 있을 때이다. 봄으로 접어드는 절후로 음력으로는 섣달에 들기도 하고 정월에 들기도 하며, 정월과 섣달에 거듭 들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재봉춘(再逢春)이라 한다. 정월은 새해에 첫 번 째 드는 달이고, 입춘은 대체로 정월에 첫 번 째로 드는 절기이다. 입춘은 새해를 상징하는 절기로서, 이날 여러 가지 민속적인 행사가 행해진다. 



 

사진2: 24절기도(節氣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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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민간에서 입춘 날이 되면 대개, 대문에 입춘첩(立春帖)을 써 붙이는 것이 하나의 풍속이었다. 이것을 춘축(春祝)·입춘축(立春祝)이라고도 하며, 각 가정에서 대문기둥이나 대들보·천장 등에 좋은 뜻의 글귀를 써서 붙이는 것을 말한다. 한편, 옛날 대궐에서는 설날에 내전 기둥과 난간에다 문신들이 지은 연상시(延祥詩) 중에서 좋은 것을 뽑아 써 붙였는데, 이것을 춘첩자(春帖子)라고 불렀다. 사대부집에서는 흔히 입춘첩을 새로 지어 붙이거나 옛날 사람들의 아름다운 글귀를 따다가 쓴다. 농촌에서는 농악대를 앞세우고 가가호호를 방문하여 걸립(乞粒)을 하고, 상주(上主)·옥황상제·토신·오방신(五方神)을 제사하는 의식이 있었다. 입춘일은 농사의 기준이 되는 24절기의 첫 번 째 절기이기 때문에 보리뿌리를 뽑아보고 농사의 흉풍을 가려보는 농사 점을 행한다. 또, 오곡의 씨앗을 솥에 넣고 볶아서 맨 먼저 솥 밖으로 튀어나오는 곡식이 그해 풍작이 된다고 하는 세시풍속이 전해왔다. 이런 풍속을 무조건 미신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우리 민족의 고유한 하나의 풍속이요 문화이다.



 



불교에서는 우리 고유의 많은 풍속과 토속신앙을 흡수해서 사찰 내에 포용했다. 불교는 이런 한 지역의 문화와 풍속을 흡수해서 습합을 했다. 이것이 불교의 포용성이다.



 



재약산인:도원 법기